아이 낳기 힘든 현실과 여성 노동력의 중요성


저출산에 대해 20대 30대들은 할 말이 많다. 자신의 몸으로 아이를 출산하는 주체가 되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결혼을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는 것이 힘들다. 이 사정은 본체만체 하면서 아이만 낳으라고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들은 매국을 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분위기이다. 물론 결혼을 안 하고 출산을 늦추는 것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학력이 높아진 것이 주된 이유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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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trin1407, flickr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여성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며, 사회에서의 생활을 차단하고 아이만 낳아서 키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부인은 집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남편은 밖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하는 전통적인 가족의 역할은 이미 바뀐 지 오래이다. 더군다나 인구감소가 계속되고 있는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도 여성 노동력은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포기할 수 없는 우수한 자원이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의 권리에 반대하면서 여성이 그렇게 사회적으로 나서면 “소는 누가 키우나?” 라고 외치지만, 사실 여성 노동력이 없으면 정말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동력이 될 소를 키울 사람이 없다. 

산모와 아이를 위하는 국민적 인식이 개개인 스스로 아이를 낳게 할 것

상황이 이러한데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니 그저 무작정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사회에 고졸 또는 대졸자가 예전에 비해 아주 급속하게 증가하게 되면서 사회에서는 그들에게 어울리는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 내지 못했고,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결혼을 늦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이 늦어짐과 동시에 출산도 늦어지거나, 아예 아이가 없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렇듯 문제의 원인은 사회가 제공하면서 해결은 각 가정 또는 여성 혼자만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아이는 국가가 낳는 것이 아니다. 국민 개개인이 낳는 것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진정으로 산모와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국민 스스로 아이를 낳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비단 여성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며 이러하기에 당연히 여성 혼자만 책임질 수도 없는 문제이다.

그런데 이렇게 둘이 아이를 낳아서 키우기 힘든 환경에서 혼자서 아이를 낳아서 키우겠다고 결심한 신기하고도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우리 사회에서 처녀가 애를 낳은 이유로 죄인으로 존재하는 미혼모들이다.

엄마를 선택하는 순간 고아가 되는 미혼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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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ah Sittig, flickr

 미혼모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태도는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는 일을 여성 혼자만의 일로 치부해 버린다는 가장 큰 반증이다. 


그녀들은 엄마를 선택하는 순간 고아가 된다. 가정에서도 남자친구에게서도 사회에서도 철저하게 고립되고 동성애자와 더불어 우리사회에서 가장 차별 받는 두 계층으로 조사되는 미혼모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아직 성인이 되기 전 그녀들의 학습권은 학교로부터 퇴학을 종용당하며 박탈되고, 아빠가 없는 아이가 자신의 부양자로 입적되면서 취업 시에도 불이익을 받는다.

처녀가 애를 낳았다는 사회적인 시선을 감당해 내는 것도 힘이 들지만,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아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다른 이들에 비해 몇 배는 힘이 든다. 이러한 그들의 환경은 미혼모의 빈곤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고, 아이를 위해 엄청난 결심을 한 그녀들의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아이로 인해 망가지게 이른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가족의 관심이지만,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한 미혼모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감행하는 것은 가족에게조차 인정받기 어려운 일탈적인 행동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혼전 성관계는 Ok, 미혼모는 No?

혼전 임신과 출산이 사회적으로 일탈적인 행위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적 욕망을 충동하는 다양한 매체의 발달과 성 의식의 변화로 혼전 성경험의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대학신문과 대학생활포털 캠퍼스라이프가 2010년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대학생 2001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10명중 9명이 혼전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 또한 이를 증명한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 혼전 순결의 개념은 몇 십 년 전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지만 미혼모에 대한 인식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발행한 ‘한국가족가치에 관한 국제비교: 세대간 가치의 양극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국가 중 가족 가치 면에서 대단히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태도가 강하다. 심지어는 경제수준이 질적으로 다른 필리핀과 결혼이나 동거에 대한 태도는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족 내 성 역할에 대해서는 결혼, 동거, 이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전통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지만, 이 역시 다른 사회에 비해서는 전통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편으로 나타났다.

혼전 성관계는 괜찮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혼모는 절대 안 된다는 모순되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미혼모는 아직도 사회 윤리를 어긴 죄인으로 취급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가치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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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vincole, flickr


이런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가치에 대한 인식은 미혼모라는 계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가치가 필요한 법이다.

결혼과 성에 대해 개방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풍조로 보았을 때 미혼모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지금 젊은이들 사이에서 연애시 섹스에 대해서 이전에 비해 매우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만 섹스를 단순히 쾌락의 도구로만 생각할 뿐 그것이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이라는 사실은 주지하지 못하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 지극히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사회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인식 속에서 혼전에 임신한 여자는 그 모든 책임을 홀로 숨어서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우리의 인식이 변화지 않는 이상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서구적 가치관의 유입에 따라 앞으로도 혼전 성관계가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은 일견 당연할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미혼모도 앞으로 더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닥쳐올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눈을 들고 초점을 맞춰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적인 가치와 태도는 언제고 영원토록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서 함께 변하기 마련이다. 아니 사회적 현상과 현재 분위기에 비춰 보았을 때 변화가 필요하다면 깨어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그것이 유도 되어야 한다. 제때에 맞춰서 제대로 변화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조직은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저출산고령화의 위협과 함께 미혼모라는 새로운 사회적 계층을 맞닥뜨린 우리는 바로 그 시점에 놓여있다.

지금, 개방적 성 문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냉대와 죄인시하는 낙인에서 미혼모가 죄인이 아니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여성이라는 사회적인 인식과 정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땅에서 엄마가 되기 위해 고아가 되는 것을 선택한 미혼모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아이를 낳기 힘든 당대의 현실 속에서 홀로 대한민국의 미래 생존을 담보할 우리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그녀들에 대한 보답이자 사회적인 감사의 표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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