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넘으면 정자 DNA도 힘 빠져

자폐증과 아버지 나이 상관관계 밝힌 연구 결과 잇따라…  건강한 아이 위해 출산 미뤄선 안 돼

* 주간동아 2012.03.12 828호(p50~51) *

– 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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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를 낳은 여성의 평균 연령은 31.45세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처음 아이를 낳은 산모의 평균 연령은 30.25세로, 2010년(30.1세) 처음 30대에 진입한 이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출산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전문가들은 “둘째 낳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를 염려한다. 30대 이상 부부 중에는 고령 임신에 따른 장애아 출산 위험을 우려해 아예 임신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 유학 등으로 결혼이 늦어진 한 대학교수(42)는 “아내도 나도 아이를 원하지만, 친구 자녀 가운데 자폐증으로 진단받은 아이가 두 명이나 있어 임신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진이 밝힌 장애아를 낳을 확률에 따르면 구순구개열(언청이)처럼 태어나는 즉시 결함(birth defects)이 확인되는 구조적 기형은 2∼3%이며 대부분 수술이 필요하다. 태어날 때는 멀쩡하지만 자라면서 자폐증이나 정신지체로 진단받는 경우도 1∼2%다. 새로 태어나는 100명 중 3∼5명이 장애를 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부모 나이가 많을수록 장애아가 태어날 확률도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만 35세 이상 여성이 임신한 경우 ‘고령 임신’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고령 임신은 유산 및 조산 확률이 높고, 장애아를 출산할 위험성도 급격히 높아진다”고 말한다.

고령 남편 저체중아 출산에 영향

지금껏 임신 및 출산에 따르는 여러 위험 요소를 따질 때면 대부분 여성의 나이만 중요 변수로 지목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난임이나 장애아, 특히 자폐아 출산에 남성의 높은 연령이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데 무게를 둔다.

2006년 미국의 마운트 시나이 의대와 영국 킹스 칼리지가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40세 이상 남성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30세 이하 남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보다 자폐증을 앓을 확률이 5.75배 높았다. 연구팀은 1980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수천 명의 출생 정보와 이들이 17세가 됐을 때의 정신질환 기록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자폐증과 아버지 나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첫 번째 연구로 평가받는 이 내용은 “정자 생산 세포의 자발적 돌연변이를 포함한 유전학적 기전이 자폐증 발병 위험과 연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후 여러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8년 위스콘신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40세 이상 남성이 자폐아를 얻을 확률은 25∼29세 남성보다 40% 높았다. 특히 35세 이상 여성과 40세 이상 남성의 첫아이가 자폐증을 앓을 확률은 20∼34세 여성과 40세 이하 남성의 자녀(셋째 이하)보다 3배 높았다.

2월 5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역학 연보(Annals of Epidemiology)’ 최신호를 인용해 “부모 중 어느 한 명이 35세 이상일 경우 태어난 아이가 자폐증을 앓을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덴마크 연구팀이 1980~2003년 태어난 아이 13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사람이 35~39세이면, 부모가 모두 35세 미만인 경우보다 자폐아일 확률이 27% 더 높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이 여러 질환 중에서도 자폐증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기형아 선별검사가 발달하면서 임신 중에 무뇌아, 심장기형, 다지증 등은 90% 이상 발견하는 반면, 자폐증은 출산 전 진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관동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

“남성의 높은 연령이 배우자의 자연유산 및 저체중아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아이의 자폐증은 물론 다운증후군, 조울증, 정신분열증과도 관련 깊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엽산, 비타민 C 복용 권장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같은 연구는 건강한 아이를 낳는 데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나이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남성의 생식력을 마르지 않는 샘에 비유했다. 여성에겐 초경에서 폐경에 이르는 가임 기간이 정해진 반면, 남성은 죽을 때까지 나날이 새로운 정자를 생산해내는 까닭에 “남성은 생체시계가 없다”고도 표현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남성도 (결혼과 출산을) 무작정 미뤄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10월 열린 미국 생식의학회 연례회의(the American Society for Reproductive Medicines Annual Conference)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은 41세 이후 아빠가 될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늙어서도 정자만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는 결과다.

브라질 연구팀이 젊고 건강한 여성의 난자를 기증받아 연령대가 다른 남성의 정자와 체외 수정을 시도한 결과, 41세 이후엔 정자가 난자에 수정될 확률이 연령에 따라 최대 7%씩 감소했다. 41세 남성의 정자가 수정될 확률은 60%인 반면, 45세 남성은 35%였다.

연구팀은 “여성과 동일한 정도는 아니지만 남자에게도 생체시계가 있다”면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문제”라고 밝혔다. 더불어 “특히 45세 이후엔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생각을 잘 해봐야 한다”고도 충고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중년 이후 생식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낸 미국 콜로라도 생식의학연구소 연구팀은 “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새로운 정자를 만들어내지만, 정자를 생산하는 기계가 점점 낡고 느려져 결함이 생길 수 있다”면서 “남성이 나이 듦에 따라 정자에도 유전자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남성의 나이와 장애아 출산의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많은 연구자는 “여전히 난자 상태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분명한 건 건강한 아이를 얻으려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정열 교수는 “임신을 미리 계획하고 예비 아빠로서의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흡연이나 음주, 카페인 섭취, 방사선 노출 등에 의한 정자의 DNA 손상을 줄일 수 있다”면서 “준비 안 된 임신을 막으려면 효과적인 피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약을 먹거나 고혈압약, 탈모제, 항암제, 그리고 스테로이드제로 잘 알려진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복용한 경우 임신을 시도하기 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기형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른 약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아연이나 엽산, 비타민 C와 E는 정자를 산화성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남성 불임 치료에도 사용하므로 임신 전부터 복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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