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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정부가 영유아들에 대한 보육료 지원 정책을 발표하자마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들의 신청이 쇄도해서 북새통을 이룬 바 있다. 육아에 대한 정부 지원은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줄여 줄 수 있어 저출산 극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저출산 극복을 위해 우리가 걱정하여야 할 보육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태어나는 아기를 받아 줄 산부인과가 의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의하면 분만실을 갖춘 병의원이 2011년 한 해에만 140여 곳이 감소하여 전국에 58개 기초자치단체는 분만실이 아예 없는 지역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분만실이 줄어드는 이유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고,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젊은 의사들이 해마다 줄어들 기 때문이다. 새로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얻은 사람이 2007년에는 207명이었지만 불과 5년 만에 2012년엔 90명으로 줄어들었다.

지금 진료 현장에서 아기의 출산을 담당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들마저 분만실을 떠나는 시대가 오면 그야말로 아기 출산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분만 의료관광을 다녀오거나 외국에서 수입해 온 외국인 의사에게 아기 출산을 맡겨야 할 시대가 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임신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는 순간 외국인 산부인과 의사와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한 외국어 공부부터 해야 한다는 게 우스개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

왜 이토록 분만실을 닫고 산부인과를 전공하려는 의사가 줄어드는 것일까?

산부인과 의사들은 수련과정은 물론이고, 수련을 마친 후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태어나는 아기의 출산을 담당해야하는 매우 힘든 진료과목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 산모의 경우에도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은 그야말로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는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다. 이런 고된 진료에도 불구하고 분만 수가는 턱 없이 낮아 경영이 어려워 분만실을 점차 폐쇄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요즈음은 고령 산모가 늘어나서 30대 이상이 60%를 차지하고, 인공 임신시술로 쌍둥이 출산도 많아 출산을 전후한 위험도가 예전보다 훨씬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산부인과 의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분만의 위험도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옛날에는 집에서도 아기를 다 잘 낳았다고 하며, 출산 과정에서 산모나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의료인들의 과실이라고 생각해서 의료 분쟁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면 분만과 관련된 의료분쟁에 있어 의료인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오히려 분만과 관련된 의료 분쟁에서 의사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산부인과 의사가 보상을 해야 하는 법안을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전공하고 싶겠는가?

올해 새로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산부인과 의사 중 이 법안이 시행되면 분만을 받지 않겠다는 사람이 90%였다. 가뜩이나 부족한 분만실을 더 줄이는 결과를 초래해서 산모들이 아기 낳을 병원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멈출 시기를 놓친 국가의 가족계획사업이 저출산 문제를 이렇게 심각하게 만들어 놓았던 뼈아픈 과거를 거울삼아,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정부 당국에서는 지금이라도 의료분쟁조정법의 무리한 추진이 몰고 올 파장을 진정으로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하며, 고위험 산모·신생아 집중치료체계의 구축, 산모 집중관리료의 신설 등 실질적으로 분만실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대책을 하루라도 빨리 추진하여야 한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부인과 의사가 긍지를 가지고 새 생명의 탄생을 도와주는 숭고한 위업에 종사함을 보람으로 여기게 해야 한다. 건강하게 출생한 아기 한 명이 장차 100세를 누릴 우리 세대들의 미래를 지켜줄 보배이기 때문이다.(중앙 ‘12.3.19)

글. 신손문 한국모자보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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