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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는 걸 두려워한 적이 있었다. 내 인생의 무게도 버거운데 한 사람을 더 얹어도 괜찮을까, 유쾌하지 않은 세상에 아이를 내놓는 건 어쩌면 가혹한 일이 아닐까 망설여지곤 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일이지만 다른 것들로 인생을 채우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하던 그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잘 한 일은 바로 아이를 낳은 일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분명 보람되고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인생 속에 뭔가 더 담겨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를 갖기로 마음 먹은 후에도 나는 한참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지 고민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읽고, 듣고, 생각하던 것과는 달랐다. 늘 예약이 되어 있고, 질서가 있으며 단정하고 세련된 것들을 좇던 시절에는 안녕을 고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왜 아기엄마들이 화장기 없는 얼굴로 외출을 하고, 부스스한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니는 지를. 그리고 나의 오만하고 경솔한 뒷모습도 알게 되었다.

구석기 시대의 생활 양식을 고수하고 있는 부족은 아이를 거의 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간다족처럼 낮에도, 밤에도 아기를 내내 안고 있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돌 전까지 바닥에 거의 내려두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도시의 아파트에서 아이를 키우는 나는 밤이 되면 구석기 여인들을 생각했다.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과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나도 아이를 가장 가깝게 키우고 싶다는 부러움이 엮인 밤이 지내고 나면 다시 아침이 왔다.

아이가 자라면서 밤은 점점 쌓여가고, 고민도 늘어났다. 교과서도, 문제집도, 과외교사도 없는 육아. 구멍난 연애는 그럭저럭 연애서로 때워볼 수 있었지만 육아엔 답도, 해법도, 효율적인 대화법도 없었다. 가끔 책에 깃발을 꽂아둔 사람들이 나타나 이렇게 키우면 명문대에 간다! ‘ 라거나 이걸 사면 외국어도 잘하고, 공부도 잘한다고 큰 소리로 외쳐댔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고, 선망 받는 자리에 오른다 해도 그것이 아이의 행복까지 보장할 수 있을지 회의가 밀려왔다. 제아무리 막강한 부를 쌓았다 해도 삶에 대한 만족감이 없다면 닿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행복아니었던가. 그 때 마침 조세핀 킴 교수가 이 곳에서 강연을 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망설임없이 신청 버튼을 눌렀다.

강의실에서 만난 그녀는 생각보다 젊고 미인이었다. 겸손하면서도 따뜻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 다행히 출구 가까이 자리가 나 달님이를 무릎에 앉히고(각종 스위츠를 들리고), 조용히 놀 수 있도록 챙겨주고(색연필과 마그나탭, 스케치북이 삐져나온 나의 쇼퍼백), 달래며(샌들이 답답했는지 벗어던졌다) 강연을 들었다.

나는 때때로 엄마로서 ! ‘ 하고 탄복하며 들었고, 내 안의 작은 아이로서 …’ 하며 들었다. 실패를 건강하게 극복하는 법과 체벌에 관한 내용, 아이의 진로를 제시해주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랬다. 실패를 성공의 담보물처럼 여기지 않고,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다시 하면 돼라고 말해주는 힘을 갖는 것. 비뚤어진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나는 처음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진행 도중 흠집이 나면 쉽게 좌절하는 편 이었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더 귀를 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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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가 강연과 저서(우리 아이 자존감의 비밀, 서울문화사)를 통해 제시하는 양육법은 다음과 같았다.

 1. 감정에 솔직한 아이로 키울 것
아이의 감정에 쉽게 화내거나 무시하면 아이는 감정 표현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을 억제하게 된다
. 가정은 감정적 학습의 첫 울타리임을 인식, 부모의 말과 행동을 통해 어떻게 행동하고, 감정을 조절할 지 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난 일을 함께 이야기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2. 도덕성을 세울 것
자존감의 바탕은 바로 도덕성. 도덕성은 다른 이의 감정에 공감했을 때 성큼 자라는 것이라고 한다. 책 속 등장인물의 마음이 어떨지 떠올려본다거나, 역할 놀이를 하는 것은 감정이입에 도움이 된다고. 아이들끼리 다툼이 일어났을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설명해주는 방법도 좋다고 한다. 엄마 역시 아이에게 잘못을 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말할 것.

3. 바른 언어 습관을 갖을 것
바른 언어습관은 원만한 관계의 첫 단추이다. 아이에게 시시때때로 내뱉는 협박성 발언, 무조건 안된다고 내치는 것, 상처가 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봉합해 버리는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등은 절대 금물. 감정적으로 격한 상태에 도달했을 때는 10초를 쉬었다가 말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4. 체벌은 NO
체벌에 대한 입장도 분명했다. 처음엔 손을 대는 것으로 문제가 쉽게 풀리는 듯 보이지만 다음에, 그 다음에 더 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것. 체벌은 아이의 긍정적인 신체 이미지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까지 멍들게 한다고 말했다.

 5.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줄 것
문제에 서둘러 답하기보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 지 기다려 줄 것.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부모가 해결해주다보면 아이는 스스로 무능하다고 탓하기 쉽다. 아이의 생각을 먼저 묻고, 필요한 경우 도움을 청하도록 한다. 아이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에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것.

6. 건강하게 실패 경험하기
실패를 했을 때 엄마가 어떻게 받아주느냐가 중요하다. 좌절감 대신 새롭게 도전할 자신감과 용기를 북돋아 줄 것. 타인과의 비교, 주변의 시선에 연연하는 것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아이가 되도록 돕는다.

 7. 현명한 비교와 칭찬
과거에 비해 나아진 점, 노력이 돋보인 점, 아쉬운 점 등 아이 자체에 대한 비교를 해야 한다. 또래, 형제와의 비교는 피할 것. 아이가 꿈꾸는 목표에 걸맞는 인물을 들어 그가 힘든 시기를 극복한 방법을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칭찬은 구체적으로! 잘한 경우 뿐 아니라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지 않았을 때도 칭찬해야 한다.

강의의 끝자락. 조세핀 김 교수는 종이에 이름을 써보라고 주문했다. 그리곤 다른 손으로 다시 한 번 써보라고 했다. 갸우뚱한 강의실 분위기. 그녀는 아이의 타고난 지능이나 성향을 무시한 채 부모가 선호하는 지능 쪽으로 강요하는 것은 마치 오른손잡이 아이에게 왼손잡이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며 뜻을 설명해주었다. 혹시 우리는 노래 부르고 싶고, 공을 차고 싶은 아이에게 공부로 인생을 걸어야 한다고 강요했던 건 아닐까. 벌써부터 아이가 나나 남편과는 다른 길로 걸을까, 조바심내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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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란 아이에게 무엇이 될래? ‘ 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될래? ‘ 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어떤 성향과 재능을 잘 파악하고,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진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야말로 진짜엄마의 역할.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범위를 넓게 잡아 그 안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야말로 숫자 하나, 단어 하나를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갇혀 있던 나의 시야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달까.

나지막하지만 분명한 힘이 실려 있었던 2시간이었다.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있다보니 더 듣고 싶던 구체적인 솔루션이 아쉬웠고, 급하게 구입한 책은 하버드생과 자존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가느라 바빠 보였지만 그래도 마음 가득 단비를 맞았다는 기분은 감출 수 없었다. 모른 척 내달리고 싶었던 내 앞의 숙제 나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배우자와 협력하는 것 를 담담히 마주할 수 있는 힘과 달님이에게 “Everything is going to be OK.” 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충전한 날. 보다 크고 단단하게 아이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다시 한 번 자신을 믿고 도약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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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노현정님 블로그 http://goo.gl/EzUQ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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