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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모자동실로 바뀌어야

 

갓난아기를 안고 진료실에 들어오는 새내기 엄마들에게 물어본다. “엄마 노릇 할 만해요?”라고. 그러면 대부분 이제까지 조리원에 있어서 모르겠어요라는 답을 듣는다. 아기와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새롭게 경험해나가던 새내기 엄마로의 소중한 시간이 산후조리원에서 조리하는 것이 보편화하면서 많이 변화돼버렸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산후조리문화는 산후조리원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시설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 산후조리원 서비스는 산모를 편하게 쉬게 하고 산후 회복을 도와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출생 후 한 달이 독립된 개체로의 삶을 시작하는 매우 취약한 기간이다.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고 정서적으로도 매우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아기를 배려하는 산후조리 방침이란 24시간 내내 엄마 곁에 머무르게 하면서 원할 때마다 모유를 먹을 수 있도록 해주고 엄마들은 아기 돌보는 것이 차츰 익숙해지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의 신생아 폐렴이나 장염과 같은 감염병도 막고 엄마도 아기를 돌보는 데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

 

엄마 쉬게 한다며 아기와 격리, 신생아 감염병 등 위험에 노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사법당국이 부모와의 분리가 아동에게 최상의 이익이 된다고 결정한 경우 외에는 아동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부모와 떨어지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아동의 건강에 유해한 전통관습을 폐지하기 위해 모든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협약에는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결정할 때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이 있다. 

의료기관과 산후조리원에서 아기를 엄마 곁에 두지 않고 분리해 신생아실에서 돌보는 관행은 이 조항을 완전히 어기는 것이다. 출산 후 산모를 도와준다고 해 아기들을 엄마 곁이 아닌 신생아실에 따로 두게 하는 것이 과연 아기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겨우 43만여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다. 이 아기들의 건강권은 누구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아기가 엄마와 24시간 함께 지내는 모자동실제도의 실시는 엄마와 아기의 유대감도 향상시켜주고 모유 수유도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모유 수유에 성공하면 아기가 병치레를 덜 하고 지능이 우수한 것 외에도 엄마의 유방암이나 난소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므로 아기와 엄마 모두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모유 수유율이 현재보다 15%만 증가해도 국가적으로 2,000~3,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4시간 모자동실 정착시켜야, 모유 수유·유대감 형성 도움 

아기를 처음 출산한 새내기 엄마들은 모든 것이 두렵고 막막하다. 이때 엄마들을 진정으로 도와주려 한다면 24시간 내내 아기와 엄마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면서 제대로 교육받은 인력이 아기 돌보는 것을 도와줘 엄마가 즐거운 마음으로 육아의 첫걸음을 디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무조건 아기를 맡아 돌봐주는 것이 새내기 엄마들을 진정으로 도와주는 방법이 아니다.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함께 지켜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하루빨리 산후조리문화가 개선돼야 한다. 

최근 지자체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해 운영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산후조리문화의 개선이 시급한 이때 지자체가 오히려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 운영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산후조리문화를 앞장서 장려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저출산 시대에 귀하기 그지없는 신생아들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기존의 산후조리 관행을 답습하는 데 앞장설 것이 아니라 새내기 엄마들이 즐겁게 아기들을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서울경제 ‘2016.3.30)

 = 신손문 단국대학교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 대한민국 저출산대책 의료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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